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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21-11-21 20:47:46, Hit : 68, Vote : 17
  토요 살롱 338회 " 일박 이일 부산 여행 "

해가 부쩍 짧아졌다.
아침 7시가 되어도 사방이 희끄무레하고 동녘에 붉은 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저녁에는 5시면 벌써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이내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며
갑자기 어둠이 몰려온다.

추위도 일찍 찾아왔다.
11월이 되기도 전에 10월 날씨로는 이례적으로 강추위가 한번 반짝 찾아온 후
지난 주말에는 기온이 급강하하여 서울에도 영하에 근접하고
겨울에는 바닷바람 영향으로 항상 서울보다 3,4도 높은 인천도
겨우 영상의 기온을 기록 했는데
나는 그 때 마침 사업 차 10여 년 전부터 가평에 살고 있는 사회 후배의 초대로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 가평에 가서 거기 유지들 몇 분과 합세해 잣 막걸리 흠뻑 마시며
기분 좋게 한잔하고 운악 산 기슭에 자리 잡은 후배 네에서 일박하게 되었는데
적당히 취기가 오른 데다 공기 좋고 차 소리는 물론, 인적조차 끊어진 깊어가는 밤에
창밖에 쏟아지는 별빛을 동무삼아 오랜만에 모든 긴장을 다 풀고 늘어지게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바깥에 나와 보니까
논이고 밭이고 산야고 주변이 꽝꽝 온통 얼음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핸드폰에 표기된 온도가 영하 5도였다.

이렇게 일찌감치 다가올 추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이후
다행히 이내 평년의 가을 날씨를 회복하여 날은 비교적 푸근하지만
한동안 뜸하던  미세먼지가 어제부터 하늘을 뿌옇게 덮고 있다.
오늘 새벽은 짙은 안개까지 더해 차가운 공기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축축하고 두꺼운 공기가 목구멍에 탁하게 부딪친다.
행객이 뜸해 새벽에는 마스크를 하지 않는데 이럴 때는 마스크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로수로 나란히 서 있는 은행나무에서 우수수 떨어져
인도에 수북이 쌓여 있는 노란 은행잎이 때마침 불어오는 찬바람에
팽그르 팔랑개비가 되어 몇 구비 제비 구르기를 하다 도로에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낮에 햇볕은 따뜻하지만 새벽 찬 공기는 그대로 남아 있어
아침나절 시렸던 몸을 풀려고 점심에도 뜨뜻한 국물을 찾게 된다.

하늘공원은 조경공사를 마치고 완전히 탈바꿈한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계절마다 오로지 제철 꽃들로만 채워진 꽃밭 위주였는데
사철나무로 바깥 경계테두리를 하고 주목나무, 공작단풍나무 여러 그루를 중심에 두고
그루마다 한자 길이 회양목으로 아름다운 기하학적 선을 만들어
선이 접하면서 만들어진 여러 칸마다 각각 다른 종류의 꽃을 심을 수 있게 함으로서
아름답게 잘 다듬은 각기 크기와 색과 모양이 다른 나무들과 다양한 꽃들로 조화를 이루는
보다 입체적이고 화려한 정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사철나무 경계를 따라 정원 안쪽으로는 장미나무를 심었고 중심부에는 자작나무를 심었다.
나머지 칸들은 계절마다 꽃들이 바뀌며 채워질 거다.
철쭉이 질 무렵 빨강, 하양, 노랑, 보라색 튤립이 정원을 뒤덮었고 곧 이어 장미가,
여름철에는 달리아, 봉선화, 펜지, 수선화, 페튜니아, 백일홍,
9,10월에 과꽃, 국화가 형형색색으로 꽃밭을 이루었는데
내년 붐에는 과연 어떤 장관을 연출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미리 이런저런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저러나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영하이하로 뚝 떨어진다고 한다.
금년 가을도 이렇게 별로 한 거도 없이 별 추억거리도 없이
지난 날 아쉬움과 회한을 되씹기만 하다 아무 의미 없이 무기력하게
흐르는 세월 속에 묻히게 되고 마는 가 보다.

지난 주 화요일에 신우 회 영상예배 제작 팀인 흥수, 수종이와 부산을 다녀왔다.
코로나로 지난 해 6월부터 대면 예배를 못하게 돼 궁리 끝에 영상예배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해 3월까지는 매월 예배 모임을 가졌지만 4월에 일시 중단하였고
5월에 잠깐 제제가 풀려 다행히 기선이 추모 겸한 정례예배 모임을 가질 수 있었지만
6월부터 또다시 중단할 수밖에 되어 역대 회장단과 협의 결과
영상예배를 시도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70줄에 접어든 노인들이 좌충우돌, 우왕좌왕
한 달간 준비 끝에 지난 해 7월부터 매월 영상으로 예배를 방영하게 되었다.

영상으로 예배를 하려니까 우선 채널이 있어야해 재호의 도움으로 밴드를 개설하게 되었고
밴드를 통한 방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는 동기,
해외에 거주하는 동기들도 신우 회 밴드에 가입만 하면
영상을 통해 실시간 예배에 참여하거나 녹화로도 청취할 수 있어
기존의 회원뿐 아니라 많은 지방, 해외 거주 크리스천 동기들이 참여하게 되어
오히려 신우 회 회원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영상예배 장소가 구지 서울일 이유도 없어
지방에 거주하는 동기 목사들의 설교도 들을 겸 지방 순회 예배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이는 해외 거주 동기들이 다른 동기 목사들의 설교도 듣고 싶다는 요청 사항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5월 예배 때는 기선이 일주기 추모예배를 겸하여 김 문일 목사가 영상예배로
설교를 하였고 9월 영상예배에 부산에서 내과 의원과 용야병원 운영을 겸하면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이 의용 목사에게 설교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수락하여 준비를 하였으나
거리두기 격상으로 두 달을 연기하다 이달에야 부산에서 영상예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부산에 동기들이 여럿 있지만 크리스천으로는 이 의용 목사와 경성 대 교수로 정년퇴임한
이 천복 장로가 있고 부산에서 가까운 양산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박 용재 목사가 있다.
나로서는 사실 이 셋 다 낯선 동기들이었다.
이 의용 목사와 이 천복 장호는 전혀 면식이 없었고 박 용재 목사는
10여 년 전 내가 오 성진의 권유로 신우 회에 막 참석하기 시작하던 때에
한번 신우 회에 와서 간증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본 모습이 처음이었고 마지막이었다.
그 때 예배를 마치고 박 목사가 예배 참석 동기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중
나하고도 처음으로 수인사만 잠깐 나눈 후 세월이 많이 흘렀기에
나에게도 박 용재 목사 모습이 뚜렷하게 기억되지 않는데
하물며 박 용재 목사는 내 모습은 물론 아마 내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을 거다.
그러나 박 목사의 간증 내용이 너무나 절절해 결코 잊을 수가 없어
항상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내가 회장이 된 후 박 목사와 연락을 취하게 되었는데
박 목사는 SNS를 하지 않은데다 우리 동기회에 등록된 전화번호가 변경되어
금년 봄에야 연락이 닿았다.

KTX편으로 부산 역에 도착하자 병원차가 마중을 나와  병원으로 안내를 해 주었고
요양병원 6층에 마련 된 병원 예배 실에서 의용 목사 부부, 천복 장로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서로 대면한 적이 없어 서먹서먹해 SNS 상으로나 전화 통화로나
존대 말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면을 하게 되자 즉시 10년 지기 친구가 되어
자연스럽게 누가 먼저랄 거도 없이 모든 격의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바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반말로 반가움을 나눌 수 있었다.
동기 동창사이가 이래서 좋은 거다. 수 십 년 세월을 순식간에 뛰어넘어 버린다.
고등학교 동창이 더 그런 거 같고 특히 우리는 유서 깊고 드넓은 경희궁에서 꿈을 키운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공유한 사이라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윽고 양산에서 박 용재 목사가 도착하자
다시 한 번 더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식사자리로 장소를 옮겼다.
의용 목사가 예약한 음식점은 송도 해수욕장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 중 하나였다.
부산 송도는 아주 옛날에 한번 와 본 거 같기도 하지만 전혀 기억에 없고
설사 기억에 있다하더라도 현재의 탈바꿈한 모습으로부터 과거를 회상하지는 못 할 것이다.

현재의 송도는 해수욕장이라기보다 놀이공원에 가까웠다.
바닷가를 가로지르며 대형 놀이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주차장이 널찍하게 잘 구비되어 있었다.
잠깐 눈요기를 하고 미리 문 밖에서 기다리다 맞아주던 음식점 주인의 안내에 따라
바다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는데
의용목사가 우리 서울 촌놈들을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로 배치해주어
식사를 하며 바닷가에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을 비추는
아름다운 밤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이 또한 망외의 즐거움이었다.

메뉴는 바닷장어의 일종인 하모 샤부샤부였다.
몇 년 전 8월 말경 맛 집을 꾀고 있는 재만이가 점심시간에
이 때만 먹을 수 있는 별식 보양식 이라며 데려가 하모 매운탕은 먹어봤지만
샤부샤부는 처음이었다.
주로 여수 앞바다에서 잡혀 여수가 하모요리의 본토라고 하며
그 때도 재만이가 제대로 먹으려면 샤부샤부로 먹어야 된다고 했는데
이제야 맛을 보게 되었다.
양파에 싸서 먹는 두툼한 살덩이에 꼬들꼬들한 식감과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영상예배는 대 성공이었다.
이 의용 목사 설교가 지금 나이의 우리들에게 딱 맞는 내용이었고
천복 장로의 기도 내용도 구구절절 우리 여생에 지표가 되는 경구들이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 간 나나 흥수, 수종이가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뻤던 건 이 의용 목사 사모님의 피아노 반주로 찬양을 할 수 있었다는 거다.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지난 해 영상예배를 시작한 내내 반주 없이 찬송을 불렀고 그 이전에도
예배장소를 소망교회에서 구 자경목사가 봉직하는 교회 따라 옮겨 다니기 시작하자
반주를 할 수 있는 부인들의 참석이 뜸해져 고정 반주자가 없어 처음 몇번은
수종이가 기타를 울러 메고 반주를 했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반주가 없었었다.  
그래서 내가 회장이 되며 제일 고심한 부분이 반주자를 구하는 일이었다.
가까스로 임 홍순 교수 부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았지만 코로나로 아직 실행을 못하고 있는데
이 의용목사 사모님이 반주를 해 주고 금상첨화로 예배 도중 천복 장로의 부인께서
솔로로 특송까지 부른 그야말로 20여 년 전 신우 회 창립이후 처음으로 격식을 다 갖춘
훌륭한 예배였다.

의용 목사 사모님이 예배를 마치고 후식으로 과일과 다과도 푸짐하게 내왔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 각자에게 한 손으로 들기에 거북할 정도로 묵직한 2kg들이 부산 특산 어묵을
선물로 마련해 주었고 이 천복 장로 부부 또한 사위가 치과의사라면서
자동 칫솔 등 치과 세트를 선물해 주었다.
여러 종류의 어묵이 별도 포장 된 2kg들이 어묵을 집에 들고 와 뜯어보니까
양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평생 먹은 어묵보다 많은 거 같았다.
독거노인 혼자서 반찬으로 어묵 탕으로 몇 달은 먹을 양이었다.
들뜬 마음에 생각 없이 덜렁덜렁 입만 가지고 빈손으로 내려간 게 민망했다.
수종이 왈,
‘잘 얻어먹고 선물까지 잔뜩 들고 가네.’

물론 그 길로 바로 여관에 가서 잠만 자고 다음날 득달같이 상경한 건 아니다.
자갈치 시장에서 우리끼리 2차가 있었고
흥수가 일반 모텔 값의 반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미리 예약한
부산 역 부근 호텔 급 숙소로 돌아와서도 밤늦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보다도 영상예배 시작 때부터 창천교회 부목사님의 도움을 받았기에
누구 도움 없이 처음 진행한 영상예배를 실수 없이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긴장도 풀리고 약간 흥분하기도 하고 뭔가 자축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다.

혹 실수할까봐 방영을 마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초조해하며
방영을 총괄한 수종이가 누구보다 수고가 많았는데 이번에 혼자서 해 보고는
이제는 제법 전문가다운 여유와 자신감이 생긴 게
이번 부산 출장 예배에서 얻은 또 하나의 값진 수확이 아닐까 싶다.

새벽 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 7시에 호텔 1층 로비에 집합해
상행 열차 타기 전에 부산의 명물 돼지묵밥으로 해장하기로 해서 잠은 4시간도 못 잤다.
그러나 일박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나 알차고 의미가 있었고 동기들과의 만남이 반가웠고 즐거웠던 낙엽이 뒹구는 늦가을에 다녀 온 일박 이일 부산 여행이었다.

이를 기화로 매년 한번 정도는 부산에서 예배를 하면 어떨까 싶은데
흥수는 한 술 더 떠,

‘일년에 한 번이면 너무 뜸하잖아? 분기에 한번은 부산에서 하자.’

2021.11.21. 송 종 호.




토요 살롱 339회 " 아쉬운 인연들 "
토요 살롱 337회 " 허무한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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