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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21-10-31 20:49:50, Hit : 332, Vote : 113
  토요 살롱 337회 " 허무한 마음 "

불과 일주일 사이에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무성한 녹색 수목이 천장을 덮고 햇볕이 차단되어 한낮에도 짙은 녹음이 땀을 식혀주던
빽빽하게 울창하던 숲이었는데
낙엽이 떨어져 볼품없어진 가지 사이로 휑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가지에 붙어있는 활엽수 나뭇잎도 메마르고 윤기를 잃어
노란색, 붉은 색으로 색이 바래지고 있다.

공작새 꽁지처럼 가지를 축 늘어뜨려 펼쳐진 우산 모양을 하고 있는 공작 단풍은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푸른 기운 하나 남기지 않고 붉은색, 자주색으로 완전히 물들었다.
청명한 하늘, 쌀쌀한 날씨, 맑은 대기, 코스모스 피어 있는 들녘,
노란색, 붉은 색으로 물든 산야,
전형적인 가을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이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도 전에 고인이 된 방 천환, 노 형남, 정 원영,
세 명의 동기들 추모사를 세 번 쓰는 동안 10월이 다 가고 말았다.
세 명 다 나하고는 별 친교가 없어 쓸 만한 소재가 없는데다
졸필이라 명색이 추모사지 여기저기서 주어들은 이야기 몇 자 대충 쓸 수밖에 없어
내용이란 게 너무 빈약해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고인이나 유가족들에게 위로는커녕 오히려 누라도 끼치지 않았을까 우려도 된다.

금년에만 먼저 떠난 영규, 성배를 포함해 동기 다섯 명이 세상을 떠났다.

영규는 그래도 영규가 속했던 구우 회 멤버들 중 철홍이와 영재로부터
영규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최근에 영규와 가장 친했던 태수로부터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그나마 이들의 이야기를 인용도 하며 그런대로 정리를 할 수 있었지만
성배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성배와 친했던 친구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너무 성의 없이 써 아쉽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하다.
천환이와 형남이는 유가족이 없다고 해 더더욱 쓸 내용이 없었다.

정 원영이는 다행히 총부 대진이의 도움으로 상주인 아들과 통화를 할 수 있어서
유가족을 위한 추모사를 별로도 쓸 수 있었다.
아들 윤진이와 통화를 하며 돌아가신 아버지 추모사를 써서
우리 동기 홈페이지에 올릴 거라니까
그러면 자기에게도 내용을 보내달라며 받아서 표구해 납골당에 안치하겠다고 했다.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마워하며 감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우리 홈페이지에 올리는 내용과 별도로 우리 24회 동기를 대신해
유가족을 위한 추모사를 별도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정리해 보내주기로 했는데 지난 주 토요일은 태수 차남 결혼식 참가로
쓰지 못하고 일요일에 정리해 다음날인 월요일에 보내주었는데
유가족들의 반응이 어떨지 노심초사,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고맙습니다. 너무 잘 써 주셨습니다.
  잘 표구해서 아버지 영전 옆에 안치해두겠습니다.”

졸필이라 오로지 진정성 하나로 쓰려고 했는데
유가족들에게 다소나마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들 윤진이와 조만간 차 한 잔 하기로 했다.

생전의 고인의 모습, 그리고 비록 만나보지는 못했을지라도 유가족들의 심정을 상상해보며
이렇게 추모사를 쓰고 마무리하다보면 뭔가 마음이 텅 비워진 거 같지만
텅 빈 마음속에 아픔 같은 거라고 할까, 진한 아쉬움 같은 거라고 할까
뭔가 미진한 거, 치워지지 않는 찌꺼기 같은 뭐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허무한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가을이 되면 또 다른 사무치는 모습이 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청아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랩을 하던
백발의 낭만 신사 박 영철이의 귀공자 풍모의 영원한 미소년 동안을 가득 채우던
환하고 선한 미소가 그리워졌다.
소래포구 미순 네에서 싱싱한 회에 소주 한잔 나누던 때가 너무 그립고
전화를 하면 언제나 팅팅 튀기듯이 웃음기 가득한 밝은 목소리로 받아주었는데
우리 곁에 없다는 게 너무나 아쉽다.
그 곳에서 잘 있는지, 잘 있겠지.

봄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가을은 계절의 왕이라고 해야 할지 않을까.
봄이 여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해야 하나.
봄에 여자들이 바람난다면 남자들은 가을에 바람이 난다.
그러나 이 경우의 바람은 꼭 남녀 간의 정분만을 말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날씨와 풍경이 특별한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감성의 변화를 일으켜
그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와 변화된 감성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스스로가 만들었거나 누군가에 의해 강제된 규제나 규칙 같이 우리를 예속하고 있는 것들을
한순간만이라도 거부하며 일탈하고 싶은 마음,
어느 날 문득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나보고 싶은 마음,
이렇게 상궤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일련의 마음들을 통 털어서
바람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아침에 눈뜨자마자 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뿐 아니라,
가족, 친지, 친구, 동료 등 인적 포위망에서도 벗어나야하니까
혼자라는 외로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어
누군가 이런 마음을 받아주고 함께 할 새로운 동반자를 찾게 된다.
꼭 새로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런 마음을 함께할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게 이성이라면 금상첨화일 거다.
그러다말면 그만인데 요행히 그런 바램이 구체화되면 바람이 된다.

높고 파란 하늘이 차가워 보이고 휙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에
팔랑개비가 되어 떨어진 낙엽이 길바닥에 뒹굴면
외롭고 쓸쓸해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를 바라기도 하지만
지나간 옛 추억의 책장에 담겨 있는 보고 싶은 얼굴도 새삼 떠올리게 된다.

그 중에는 고인이 되어 이제는 이 세상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가족, 친지, 친구도 있지만
연락이 두절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세월이 지나며 연락을 못 하거나
여러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서로 연락이 끊긴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또 언제든지 연락은 할 수 있지만 그냥 추억 속에 묻어두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연락이 오래 단절되면 아무리 친근했던 사이라도 생각나는 빈도도 뜸해지고
같이 나누었던 추억도 희미해진다.
보고 싶다. 어떻게 지낼까? 그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막상 먼저 연락해보려면
마음에 걸리는 거가 있어 주저하게 되어 망설이다 마는 경우도 있다.
만나서 현재의 모습을 확인하는 거보다 과거의 추억을 간직하고픈 경우가 그렇다.

나의 경우 내가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이 연락을 끊어버린 경우도 몇 된다.
연락처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내가 남긴 메시지에 응답이 없다.
그 중 두엇은 우리 동기들인데 장기간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래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우리 동기 중 한명도 가까웠던 친구였었는데
연락이 두절 된지 몇 년이 되었다.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 선배, 후배 중에도 연락이 끊긴 경우가 몇 된다.

‘귀농하려고 합니다. 자리 잡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2년 전에 메시지 하나 보내고 연락을 끊은 옛 SK 후배 한 녀석은
서울 상대 출신에 허여멀겋게 잘 생기고 키도 180cm가 훌쩍 넘는데다
각종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몸매에 나하고 주량이나 취향이 비슷해
내가 아끼고 좋아했었는데 2년이 넘도록 전화도 되지 않고 소식 한통 없다.

그러다 어느 날 느닷없이,
‘선배님, 접니다. 유진입니다. 하하, 그 동안 잘 계셨습니까? 늦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하하’
라고 전화해 오길 학수고대할 뿐이다.

옛 직장에서 모시던 상사 한분은 전화기가 꺼져 있는 지가 일 년 반이 넘었다.

반면에 지척 간에 두고도 그리움만 쌓으며 만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생각이 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오고 눈앞이 흐릿해진다.
쓸쓸히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뒹구는 가을이 깊어 가면 더욱 자주 생각이 나고
후회와 회한과 그리움이 한 덩어리로 밀려오며 마음이 아파 온다.

우리가 중학교 다닐 때 정 원이란 가수가 부른 ‘허무한 마음’ 이란 가요가 있다.
워낙 음치라 노래 부르는 장소를 되도록 피했고 여전히 피하고 있지만
그런대로 애창곡은 세월 따라 바꾸고 있는데 7,80년대에 노래를 불러야 할 경우에
자주 부르던 애창곡이었다.

“  마른 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던 지난 가을날
   사무치는 그리움만 남겨 놓고 가버린 사람
   다시 또 쓸쓸히 낙엽은 지고
   찬 서리 기러기 울며 나는데
   돌아온단 그 사람은 소식 없어 허무한 마음 “

그러나 이와 같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 그리워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돌아가지 못해 그리워만하며 회한과 자괴의 눈물을 삼키는 경우도 있다.
바람 부는 대로 낙엽 따라 흩날리는 허무한 마음이랄 수밖에.

다음 주는 주말에 행사가 겹쳐 토요 살롱 올리지 못하니 양해 바라며,

2021.10.31. 송 종 호
  




토요 살롱 338회 " 일박 이일 부산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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