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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16-06-27 12:37:29, Hit : 2417, Vote : 551
  토요 살롱 181회 " 마른 장마 "

어쩌다보니 토요 살롱 181회째를 쓰고 있다.
그리고 오늘이 6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금년 초 167회를 시작하면서 올해 180회 정도는 쓸 수 있어야 할 텐데 하고
은근한 걱정과 더불어 그만큼은 쓸 수 있기를 약간의 긴장과 함께 기대도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이게 금년에 하고자 하는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아직도 상반기 중에 목표치를 넘기게 되니 나름 안도도 되고 긴장도 풀린다.

걱정이란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의 건강이 유지되지 않을까봐 이고
기대란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따라서 토요 살롱에 관한 한 이미 내심 내 마음대로 정한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이제 남은 후반기는 보다 홀가분하게 쓸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별 일도 없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한두 번 건너뛰면 아예 쓰기 싫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건 경계해야 된다.
아무리 습관이라고 하더라도 후천적으로 어렵게 공들여 길들인 습관은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아주 쉽게 공든 탑이 나무아미타불이 된다.
그리고 한번 망가지면 복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처음 시작해 습관으로 만들 때보다 훨씬 더 힘들다.
각고의 결단과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고생을 하게 되면 왜 게으름을 피웠을까 뼈저리게 후회하게 된다.
경험담이다.

“ 종호야, 나 너한테 자랑도 하고 칭찬도 받을 일이 있어.
  내가 드디어 운동을 시작했거든. 매일 10km를 걸어.
  시속 6km에 맞추고 1시간 40분 동안.
  한 달 반 됐는데 3.5kg 빠졌어. “

그러고 보니까 지철이 배도 훌쭉해지고 얼굴도 조그마해져 더 귀여워지고
누리끼리하던 피부에 건강한 분홍빛이 돌고 있는 게 반드시 술기운만은 아닌 거 같다.
깜짝 놀라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 야, 잘 했다. 듣던 중 제일 반가운 이야기다.
  그렇게 잔소리해도 안 듣더니 어지간히 급했든가 보구나.
  두 달 정도만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될 거야. 이제 얼마 안 남았네. “

지철이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20여 년 전에는 등산도 몇 번 같이 다녔었는데
국신이와 함께 간 동네 동산 수준인 남한산성 외에는 끝까지 같이 올라간 기억이 없다.
북한산도 가장 짧고 쉬운 대남 문까지 쉬는 게 반 걷는 게 반으로
일행들을 먼저 가게하고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려 쉬엄쉬엄 올라갔다 바로 내려오는
직행 코스가 끽이다.
다른 사람이 한 번 쉴 때 지철이는 세 번은 쉬어야 된다.
다리가 힘들거나 숨이 가쁜 걸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말 할 것도 없이 등산은 악세사리이고  빨리 내려와 술 마시고 노가리 푸는 게 주 목적이다.
땀내고 운동하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인간이 매일 10km를 걷는다니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싫어하는 걸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몰려 결심하고 실행에 옮길 때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을까.
안쓰럽고 가여운 생각도 든다.

“ 그런데 허벅지가 땡기고 아파.”

“ 갑자기 운동을 많이 하면 근육이 놀라 뭉칠 수 있으니까 그럴 땐 하루쯤 쉬는 게
  좋을 거야. “

“ 아니야, 한 번 쉬면 게을러져 꾀부리게 되고 그러다 귀찮아서 안 하게 될지 모르니까
  쉬면 안 돼. 매일 해야지. “  

그게 2주 전이다.
지철이는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고
그런 자신을 스스로 독려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
그것도 환갑 넘은 지 한참 된 나이에.
지철이 와이프가 이런 지철이의 변화를 물론 알고 있을 거고 제일 좋아하며 격려할 거다.

운동을 습관화하면 다른 생활 습관도 따라서 바뀐다.
호흡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우선 담배를 줄이거나 끊게 된다.
술 많이 마신 다음날은 훨씬 빨리 지치기 때문에 마시는 회 수도 줄이고 양도 줄이게 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당연히 빨라지지만 그 보다는 다음날 운동에 지장이 없도록
귀가 시간을 재촉하게 되고 불요불급한 저녁 약속도 피하게 된다.
생각도 단순해지고 긍정적이 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습관화 하면 소위 건강에 해로운 여러 악습들이 개선되는
이런 부수적인 효과가 생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달라지는 몸 상태를 매일 체크하며 느끼는 희열, 즐거움이 있다.

민 영문이 막내 딸 결혼식장에서 만난 천욱이는 여전히 스마트한 차림의 Dandy-Boy 였다.

“ 천욱이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 같구나. 몸이 쫙 빠진 게 배도 없고 더 날씬해졌어.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어지네.  ”

“ 어 종호, 오랜만이구나. 무슨 과찬의 말씀.
  요즘 별로 할 일도 없고 그래서 몸짱이 돼 보려고 운동 열심히 하고 있지. “

지철이 때문에, 그리고 몸에 땀나고 다리 아픈 걸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매일 10km나 걷고 있는 지철이를 응원하기 위하여 나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지철이가 매일 10km 걷는 한 나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토요일은 무조건 토요 살롱 쓰도록 하자. “
  
며칠 전 수영이가 김 형석 연대 명예교수의 2분 30초짜리 동영상을 카카오톡에 올렸다.
나로서는 김 형석 교수의 저서를 읽은 적도 없고 강의를 들은 적도 없고
하다못해 인터뷰나 그에 관한 기사거리도 접해보지 않았고
경력이나 프로필도 모르고 그냥 이름 정도만 들어 알고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아무 지식이 없다.
아무 관심이 없으니 알고 있는 게 있을 수 없다.

뭔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수영이가 올렸으니 뭘까 하고 열어봤더니
‘가장 행복한 삶’ 이란 제목 하에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메조소프라노쯤 되는 여성 성악가가 느려터지게 부르는 자장가를 배경음악으로
맨 위에 ‘올해로 96세가 되었습니다.’ 라는 자막이 뜨고
그 아래 가운데에 별도 네모판 안에 강의하는 김 형석 교수의 모습과 더불어
강의 제목인지 저작 제목인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라는 글귀가 화면에 나타났다.

김 형석 교수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96세가 된 해에
자신의 지난 세월을 행복 이라는 주제로 간략하게 정리하여 자막 화 하고
자신의 여러 모습을 슬라이드로 담은 동영상이었다.
동영상과 함께 자막을 끝까지 다 읽고 보니까 지난해에 어디선가 저녁 술자리에서
누구인지는 기억에 없지만 누구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 내용이었다.

내가 알고 있을 정도라면 당연히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한 번 더 참고삼아 내용을 간략하면,

‘ 젊을 때 고생도 많았고 생각도 얕아 행복이 뭔지 모르고 살았는데 인생의 쓴맛 매운 맛을
  다 보고 나이가 들어서야 행복이 뭔지 알게 되었고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지를
  알 게 된 건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이었으며
  따라서 인생의 절정기는 청년기가 아니었으며
  만일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60세 정도 나이로 돌아가고 싶고
  정신적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고 남에게 도움이 될 때까지 살고 싶으며
  돌이켜보니 내 자신과 나의 소유를 위해 살았던 건 다 사라지고
  남을 위해 살았던 게 보람으로 남았는데 가장 행복한 삶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며
  가장 불행한 삶은 사랑이 없는 고생‘ 이라는 이야기다.

글쎄, 이 이야기가 한 때 엄청 회자 되었는가 본데
나 개인적으로는 별로 공감할 수도 없고 일반적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
단지 드물게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는 한 노인의 덕담 한마디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선 연령별로 자신이 처한 시대적 환경이 다르고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걸 훨씬 훗날 일일이 다 경험하고 나서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탕으로
여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기준으로 청년 때는 어땠고 장년 때는 어땠고 하며
평가를 하고 비교할 수 있느냐이다.

아무도 자기에게 닥쳐올 미래를 알 수 없다.
미래 무슨 변화가 있을지 모르고 현재를 살고 있다.
그 미래를 다 겪고 나서 지난 과거를 연대별로 쪼개어 지금의 가치관으로
이러니저러니 하는 거야 말로 웃기는 이야기다.
양변기가 보편화되기 전에 모두 좌변기 화장실이었다.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가 대학 다닐 때도 양변기 갖춰진 집이 별로 없었다.
양변기를 접해보지 않았으니 좌변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걸 요즘 잣대로 ‘아, 그때 양변기도 없고 쭈그리고 앉아 일 보느라 고생 많이 했지.’
라고 하면 말이 되는 걸까.
핸드폰은커녕 전화도 변변히 하기 힘든 세상을 살 때 통신이 불편하다고 투덜댔던가.

청년기에 고생하고 남을 위해 살지 못하고 자신을 위해 살았기 때문에
96세에 돌이켜보니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도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지성의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는 사람의 이런 어거지를 모른 척 받아줘야 되는 걸까.

남을 위해 사는 게 보람이고 행복이라는 걸 인생의 쓴맛 매운 맛을 다 본
60대에 비로소 알게 되었고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 게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이라고 했다.
바로 지금 우리들 나이다.
이 말에 과연 우리가 동의할 수 있을까.
이 말이 ‘100세를 바라보는 노교수가 인생의 절정기는 65세에서 75세 사이라고 했다더라.’
라고 와전 되어 돌아다니기도 했던 거 같다.

“ 김 형석 교수라고 느그 알제? 그 교수가 나이가 구십 여섯 살이나 묵었는데
  그 나이에 며칠 전 텔레비전에 나와 목소리도 카랑카랑하게
  인생의 절정기는 65세부터 75세 사이라고 했다 카데.
  야, 얼마나 반가운 이야기고. 우리가 이제야 절정기로 접어든다는 이야기 아이가.
  앞으로 10년 동안이나. “

그리고 이런 말은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다.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라는 이야기는
전 세계 모든 인류가 태어날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다.
더구나 노교수가 지칭한 ‘남’은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노 교수가 60세가 넘어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 중 도대체 자신의 주변의, 또는
사회 어느 계층의 누구를 위해 살면서
인생의 소중함과 행복을 알게 되었는지 묻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는데 누구를 사랑하면 그 대상이 단수이던 복수이던
그 대상의 어려움을 도와주거나 불편을 해소해 주거나 즐겁게 해 주는 걸
절대 고생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 반대다. 즐거움을 느낀다.
1950년 대 초, 20대 초의 젊디젊은 오스트리아 수녀 3분이 우리나라 소록도로 와서
50여 년간 한센 인들을 돌보다 70대 중반이 된 나이에 주변에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홀연히 본국으로 돌아간 일이 있다.
자기들이 환자를 돌보기는커녕 돌봄을 받아야 될 나이가 되었고
작별을 알리면 여러 사람을 번거롭게 할까봐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났다고 한다.
소록도에서 평생을 보낸 이 수녀님들은 자신들이 고생했다고 생각할까?

고국으로 돌아가 다음과 같은 짧은 소회를 밝혔다.

‘ 소록도에서 한센 인들과 보낸 55년이 너무나 행복했고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고
  결코 잊지 않고 가슴에 간직할 것이다. “

누구를 위해서 어쩌고 하며 입으로만 가르치려고 하는 노 교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랑이 없는 고생이 가장 불행하다고 했는데 고생에 대한 개념이 좀 납득이 안 된다.
보다 쉽게 이야기 하면 자기가 하기 싫은 걸 하면 고생이고
하고 싶은 걸 하면 고생이 아니다.
돈 벌러 다니는 게 재미가 있으면 고생이 아니고 싫은데 할 수 없어 하고 다니면 고생이다.
영문이나 채인이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걸 보고
대다수가 “ 이 나이에 무슨 고생이야.” 하지만
본인들은  절대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즐거워한다. 좋아하는 걸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지철이는 단 1km 걷는 거도 고생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10km를 매일 걷는다.
아마 지금쯤 즐거워할지 어떨지는 몰라도 최소한 고생이라고는 하지 않을 거다.

‘사랑이 있는 고생’, ‘사랑이 없는 고생’ 말 자체는 뭔가 아름다운 거 같은데
어쩐지 허공에 떠 있는 알맹이 없는 말 같다.

노교수 말대로라면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 지를 깨닫지 못한 65세 이전에는
사랑이 없는 고생을 하여 불행했고 65세부터 75세까지는 그걸 느껴 사랑이 있는 고생을 해
행복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 75세 이후는?

얼마 전 두환이가 시니컬하게 내뱉은 한 마디를 인용하고 싶다.

“ 학자랍시고 애매모호한 헛소리를 해야 유명해지는데 나는 그러지 못해서 말이야.”

몇 살까지 살고 싶으냐니까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라고 했는데
96세에 아직도 자신이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이 노인을 뭐라고 해야 할까.

어김없이 장마철이 돌아왔다.
시작은 예년과 다름없다. 장마전선이 제주에서 충청도 정도까지만 오르내리고
중부 이북은 마른 땅을 적시기에도 미흡할 정도로 한 두 시간 찔끔 맛만 보였다.
주말은 찜통더위고 다음주초에 장마전선이 북상한다고 하나 역시 충청 이남까지란다.
중부 지방은 다음 주말까지 비소식이 없다.

장마철에 건조 주의보. 마른장마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마른장마로 며칠에 한번 겨우 빗방울 잠깐 오락거리고 구름만 잔뜩 낀
흐리고 습하고 후덥지근한 중부지방의 명색뿐인 장마철이 금년에도 답습될 모양이다.
이런 날들에는 낮에 어디 나가기가 겁나 될 수 있는 한 약속을 하지 않게 된다.
술을 마시면 발열로 잠을 못자 술자리도 피하게 된다.
덥고 지겹고 따분하고 짜증나는 날뿐이다.
예년 보다 일찍 5월 중순부터 30도를 오르내리며 찜통더위가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무더위는 아직 warming-up 도 안 했다.

다음 주 토요일에 파라과이에서 타계한 영희의 스물한 번째 기일을 앞두고
아직도 영희를 그리워하는 동기들 몇이 추모 겸 조촐한 저녁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번에도 연락은 경봉이가 수고를 했다.
따라서 7월 첫째 토요일인 다음 주 토요 살롱은 쉰다.
독자들과 동기들에게 이점 미리 양해를 구한다.
2016.06.25.송 종 호.




토요 살롱 182회 " 교 양 인 "
토요 살롱 180회 " 시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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