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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16-08-06 17:46:11, Hit : 2509, Vote : 563
  토요 살롱 185회 " 폭염 속에서도 "

시원하게 한번 퍼붓는 걸 마지막으로 땡 하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이미 모두가 예견하고 각오 한 바에 ‘오, 예’ 하고 답례라도 하듯이 오히려 훨씬 그 이상으로
벌써 열흘 이상 연일 폭염에 폭염주의보다.
장마 때는 매번 틀려 욕바가지로 얻어먹던 기상청이 이건 제대로 맞추고 있다.
지난 며칠간은 매일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에 낮에는 서울도 36도다.

대구에서 서울로 진학한 후 모든 게 다 불편했지만
여름에 비교적 덜 더웠던 게 딱 하나 좋은 점이었다.
대구에서는 한 여름에 35,6도 정도는 기본이고 조시에 따라 37,8도를 넘어
40도를 넘는 날도 더러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30도를 넘는 날이 여름내 통 털어서도 며칠 되지 않았었다.
그것도 기껏해야 31,2도였다.

어릴 적 우리나라에서 제일 찜통인 대구에서 단련 받아
그 정도로는 땀도 안날 정도로 더위도 아니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으면 여름에 별로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난 15년간은 여름 휴가철 한참 피크 때에 아이들 방학에 맞춰
휴가 겸 미국 집에 다녀 오다보니 더위를 피해 다니기도 했다.
미국에서 돌아와서도 거의 매 번 8월 20일쯤 휴가철 지나 좀 한가할 때
누구든 동반하여 하루 이틀 동해안이라도 다녀오고 몸을 한차례 정도는 바다에 담그기도 하면서
여름을 적당히 즐기면서 넘겼는데 이번에는 꼼짝없이 앉아서 온몸으로 부닥치고 있다.
여름에 물 구경 한번 못하고 넘기는 게 기억에도 없을 정도로 처음이다.

내 기억으로는 서울이 며칠을 내리 연속해서 36도를 기록한 날이 없었던 거 같다.
서울에 온 지난 수 십 년 간 36도라는 숫자 자체가 생소하다.
오늘도 새벽에 땀을 비지처럼 쏟고 왔지만 시장 보러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걸어서 5분 거리의 시장도 갔다 오기가 무섭다,
냉장고가 텅 비었지만 선풍기 옆에 끼고 토요 살롱 쓰면서
있는 거 대충에다 라면이나 끓여 먹으면서 들어앉아 있을 생각이다.

게다가 8월 15일까지는 비 소식이 없이 불볕더위가 계속될 거라는 게 기상청 예보다.
이 달을 시작하며 금년 8월에는 예년보다 강수량이 많아 월간 280mm 가량 내릴 거라던
기상청 예보가 불과 며칠 사이에 또 헛소리가 되었다.
8월 15일 이후 보름간 280mm가 내리면 바로 물난리가 난다.
그럼 8월 15일까지만 혹서를 견디면 될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예기가 없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금년에는 9월에도 더울 것이다.’ 이다.

기상청이 하는 거중에 더 약 올리는 게  있다.
낮에 다니는 중에 느닷없이 핸드폰에 ‘따르릉’ 하고 귀에 몹시 거슬리는 불협화음이
반복하여 울려 깜짝 놀라 열어보면 폭염 주의 경고문이 뜬다.
그렇잖아도 짜증나는데 짜증을 더하게 한다.

세계적인 이상 기후 현상으로 봄, 가을이 날이 갈수록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금년에는 그 속도를 더해 아직도 봄날을 만끽하고 있어야 할 5월의 채 반도 지나기 전에  
일찌감치 시작한 더위가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제 겨우 8월 초,
본격적인 찜통더위의  문턱 정도 밖에 넘지 못했다.
9월에도 더울 거라는 기상청의 불쾌한 예보다.
이런 불길한 예보는 너무나 잘 맞추고 있어 지난달을 넘기며
‘앞으로 길어야 한 달!’ 하고 희망을 가지고 인내심을 북돋우었는데
그러고도 한참을 더 더울 거라니 앞이 까마득하고 미리 기력이 빠진다.

그런데다 금년에는 피서라고 어디 갈 계획도 없다.
영식이, 승종이, 영문이와 오래 전부터 금년 여름에 피크 때를 피해
속초의 희근이도 만날 겸 여행 삼아 동해로 다녀오자고 약속도 하고
지난 5월 영문이 둘째 딸 혼사 때 만난 희근이에게 미리 알려도 주어
별 다른 계획을 잡지 않았는데 갑자기 영식이가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되어
한 달간 술도 못 마시고 정양을 해야 해 이 계획이 무기 연기 되고 말았다.
아쉽지 않을 수가 없다.

혼자라도 무작정 어디 시원한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물을 좋아해 소시 적부터 강이든 바다든 여름에 한번은 들아 가 수영을 하곤 했는데
금년에는 현재로선 이마저도 기회가 없을 거 같다.
몇 달을 찜통 속에서 견뎠는데 앞으로도 얼마간을 잠깐의 일탈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찜통더위를 고스란히 몸으로 맞닥뜨려야 할 거라고 생각하니
끔찍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찜통더위 속에 더위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서재에 쳐 박혀 시간을 아끼며  
용맹 정진하는 사나이들이 있다.
몇 번 소개했지만, 두환이는 17세기 병자호란 때 대표적인 척화파 청음 김 상헌,
강화도에서 분신한 김 상헌의 형인 김 상용, 삼학사에 관한 책 3권을 이달 말 출고를 목표로
마지막 손질에 매진하고 있다.
두환이는 몇몇 학자들과 언론인들, 비평가들을 중심으로
광해 군이 두 강대국 사이에 양다리 외교, 소위 실리 외교를 했다고 하여 요즘 상황과 빗대어
재평가 되고 있는 걸 ‘언어도단’ 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하고
광해 군이야말로 나라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든 역량미달의 최악의 군주였다고 매도한다.

두환이의 저서 중 ‘우암 송 시열 평전’을 읽어보면
우암이 명나라를 돕고 청을 치려고 한 것은 우리가 기존에 배우고 알고 있던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사상 때문이 아니라
임진왜란 때 대군을 파병해 우리를 도운 데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한 거라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환난에 처했을 때 우리를 구해준 나라가 곤궁에 처해 도와달라고 하는데 모른 척하면
그거야말로 불의가 아닌가.‘

도움을 받고 앞에서 입으로만 립 서비스하고 뒤 돌아서서 입 싹 씻고 일시적인 이익을 쫒아
오히려 도움을 받은 반대편에 붙는 인간을 우리는 ‘인간 말종’ 이라고 부른다.

박 근혜 대통령이 오래 전 박해를 받아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기를 따르던 모 국회의원에게 보낸 서한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 의리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 아닙니다.”

우암과 같은 논조이고 두환이가 조선조 충신들을 보는 시각이다.

이 한마디가 현재 우리가 눈만 뜨면 떠들어대는 문제의 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김 상헌은 익히 듣거나 읽은 바 있어 대충 기억이 나지만
김 상헌의 형이라는 김 상용은 생소해
김 상용이 한권 분량 책의 주인공이 될 정도의 인물인지 의아해 묻자,

“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분신을 했는데 이조 말 자결한 민 영환과 같다고 보면 돼”

이런 점들이 바로 두환이가 집필하고 있는 3권의 책, 병자호란 때 충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는 이유이다.

재억이도 이 삼복더위에 필생의 역저 ‘Quality Economics' 의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느라
더운지 추운지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그런 거 챙길 겨를도 없다고 한다.
영어로 300여 페이지 분량이 될 거라고 한다.
영어로 300페이지! 그것도 잠깐씩 떠오르는 상념이나 기억에 남는 풍경 등을 스케치하듯이
흘러가는 대로 일기 쓰듯이 끼적거릴 수 있는 무슨 수필집이나
지나온 과거를 떠오르는 대로 그냥 술술 쓸 수 있는 자서전도 아니고 학술지로!
사실 영어로 된 학술지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예사 일이 아니다.
그런 거라면 조교나 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아 일부 분담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억이의 Quality Economics 는 전례가 없는 독자적인 이론이라
어디에도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은 나중에 잊어버릴까봐 우선 한글로 메모해둔다고 한다.

더군다나 경제학이라 가설을 세우고 입증을 해 나가는 과정이 모두 수학이다.
수학을 좋아하는 승헌이, 충우, 지철이라면 몰라도 생각만 해도 진저리쳐 진다.
한창 학창시절 머리가 팽팽 돌아갈 때도 끔찍할 텐데
수에 관한한 머리 작동이 멈춘 지 이미 오래된 이 나이에 찜통더위도 잊은 채
수학과 씨름하고 있는 재억이야말로 우리 세대의 진정한 남아 대장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박사 학위 논문을 시작으로 내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거거든.
경제학이 결국 수요, 공급, 시장인데 박사 학위 때는 수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입증을 했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세운 가설을 입증을 할 수가 없는 거라.
아예 없던 분야라 어디 참고할 데도 없고.  
입증하기 위한 수학적 스트럭쳐를 내가 만들어야 했는데 그게 영 안 뚫리는 거야.
그러면서 세월이 5년이 흐르고 10년이 흐르고.
더 이상 늦기 전에 어떻게든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손을 댔는데 이게 뚫리는 거라.
한 가지가 뚫리니 그 다음이 연결 되고 그리고 다 뚫려버렸어.
가슴이 뻥 뚫리는 거야. 하기야 그 동안 계속 찜찜하고 답답했거든. “

“나는 문외한이라 뭐라고 거들 수는 없지만 어쨌든 축하하고 그 심정 이해할 거 같다.
혼자서 ‘야호’ 하고 쾌재를 불렀겠구나.
우리 옛날에 읽은 무협지에 절정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임독’ 양맥이 통해야한다고 했는데
바로 그 지경이 됐구나. 그러니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하겠냐.
점점 책 내용이 궁금해지는구나.
먼저 간략하게 이야기해 줄 수 없어? “

“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어떤 신상품이 시장에 진입하여 새로운 수요를 유발하면
  그 가격은 공급자에게 최대한 이익을 주는 가격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고 이후
  동일한 상품의 경쟁 제품이 출현하여 일순 가격경쟁이 벌어지지만 금방 품질을 향상시켜
  동일한 제품의 향상된 제품을 시장에 내 놓게 되는데
  일반적인 생각이나 이론으로는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에게 그 가격차만큼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실지로는 그 반대라는 거야.
  품질을 향상시킨 대신 가격을 올려 소비자는 같은 제품이지만 품질이 향상됐다는 이유로      계속 돈을 더 주고 사야 돼 결국 소비자는 지불을 늘여야하고
  공급자가 그 차익을 몽땅 가져간다는 거지.“

“ 듣고 보니 그러네. 출간하면 즉시 알려줘.
  책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사야 돈 아까워서라도 읽게 되거든.
  선물로 받거나 공짜로 받으면 어디 쳐 박아 두고 잘 안 읽게 돼.
  그럼 다 쓴 거야? “

“ 골격과 입증할 수학 system 은 다 만들었는데 쓰다 보니 자꾸 추가되는 게 있어서.
  게다가 영어로 쓰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
  하지만 이론은 다 정립했으니 지금부터는 시간문제야. “

“ 그거 하느라 이 번 여름에 꼼짝도 못 하겠구나.
  그러더라도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하겠냐. 날 거 같겠구나. “

“ 그런데 그게 참 이상하데.
  나는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문제가 뚫리면 정말 좋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야. 허탈하다고 할까.
  내가 평생을 두고 하려고 했던 게 겨우 이거 하나로 정리 되는가 싶은 게 말이야.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렇게 세월을 두고 고심하던 게 풀리니 너무 감사한 거야.
  어디에라도 누군가에게 그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요즘 성당에 나가. “

“ 그 마음도 이해할 거 같다.
  그러나 그게 선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닫는다는 불교의 ‘돈오’ 이거나
  초자연적인 슈퍼 파워로부터 계시를 받거나 해서 뚫린 건 아니잖아?
  오랜 세월을 두고 연구하고 저술하고 강연하는 동안 꾸준히 쌓인 내공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미 모든 문제가 풀려 있었기 때문에 정작 작심하고 시작하자
  그냥 자연스럽게 뚫린 거.
  그리고 너 결혼식도 명동성당에서 했는데 그 동안 성당 안 나간 거야? “

“ 하하, 결혼식이야 그땐 급했으니까 와이프 하자는 대로 했지만 결혼 하고는 안 나갔지.
  그런데 요즘 내가 먼저 같이 가자고 했더니 되게 좋아하대. “

이런 친구들을 떠올리면 더위 타령하고 있는 게 애들 마냥 떼쓰거나
덜떨어진 인간이 얄팍하게 호사부리고 있는 거처럼 보일까봐 부끄럽게 여겨진다.
하지만 너무 덥다.
그래도 동신이가 여름에 찬 거 보다는 오히려 더운 음식을 먹고
물도 가급적 찬물을 피하라고 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막걸리와 맥주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
그건 지키고 있다.

그러나 뭐라고 하더라도 더위에 헉헉대는 나는 조금이라도 덜 더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고
대신 두환이와 재억이의 분투를 마음으로나마 진심으로 응원하고
찬바람 불며 출간될 저서를 기다리고자 한다.  
2016.08.06. 송 종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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