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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16-12-11 20:09:21, Hit : 2299, Vote : 571
  토요 살롱 198회 " 어느듯 12월도 중순 "

오후 5시면 벌써 어둑어둑하고 아침 일곱 시에도 동녘에 붉은 기가 겨우 감돌뿐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다.
동지가 열흘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지 않아 푸근한 편이다.
목요일 저녁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봐야 반짝 추위라는 어제 오늘 최저 기온이 영하 4,5 도 정도다.

송년 모임 일정을 모두 빨리 잡는 바람에 한주 내내 매일 송년 모임이었다.
겹치는 일정도 많아 인천 서울 고 동문 송년 모임과 인천 성대 송년 모임은
부득이 참석할 수 없었다.
토요일은 무조건 약속을 하지 않는데도 이번 토요일까지 일정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토요 살롱도 쉴까했으나 지난주에 공지를 하지 않아 몇 자라도 올려야겠다 하고
본래 작정했던 제목은 다음 주로 미루고 가벼운 토픽 위주로
이렇게 부랴부랴 쓰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토요일 나가기 전에 몇 자 치다 말고 저녁에 마무리 하려했으나
예정보다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하루 넘겨 오늘, 일요일 겨우 마무리하고 있다.

어느 모임을 불구하고 여느 때와 달리 분위기가 우울하고 불안하고
각자 마음이 떠 있거나 다른 곳에 가 있어 화제가 집중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세대를 불문하고 갈수록 강퍅해지고 인정머리 없어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 의식에 미칠 영향이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조마조마해 진다.
또 다른 분열과 집단 증오심을 키우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와중에도 지난 화요일에는 92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夢道’ 김 한성 부친 조문하느라
다른 사회 모임 한 곳을 불참해야 했다.

한성이 부친은 고2 여름 방학 때 순천으로 놀러가서 처음 뵌 후
지난 추석에 인사드리러 가서 뵐 때까지 거의 50년 가까이를 때 되면 뵌 분이다.
최근 몇 년간은 시력을 거의 상실하셨는데도 문간을 들어서며,
“아버님 저 종호 왔습니다.” 하면,
“어, 종호 왔는가.” 눈은 거의 감으신 채 입이 찢어지라 활짝 웃으시며
두 손을 맞잡고 반갑게 맞아주시곤 하셨다.
목소리에 여전한 기운이 느껴졌었다.
구순 노인이신데도 기억력이 탄복할 정도시고 카리스마가 대단하시지만
반면에 생각이 자유롭고 유연하셔
그 집에서는 누구보다도 대화가 편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투석으로 연명 하셨지만 전날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하시고
다음날 뇌출혈로 쓰러지셔 병원에서 2달간 가사상태로 계시다 돌아가셨다니
고통도 별로 못 느끼신 채 돌아가신 거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한성이가 차자인데도 부모님 봉양하느라 장가를 못 간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장가도 안 간 채 30여년 부모님을 모셨다.

“ 병석에 오래계셨고 구순도 넘게 사셨으니까 살만큼 사셨는데도
  아버지의 빈자리가 아쉽고 허전하구나.”

한성이는 효자다.
자식으로서 누가 봐도 부러울 정도로 부모님을 잘 모셨고 효도를 다 했다.

“ 어머님, 오랫동안 영감님 병간호 하시느라 힘도 드시고 짜증도 나셨겠지만
  서운하시겠어요.“

“ 어, 종호, 내가 열여섯에 시집와서 지금 팔십 여섯이이까 꼬빡 칠십년을 같이 살았어.
  징그럽게도 오래 살았지라잉.“

두 손을 붙들고 한참을 놓지 않으시는데 눈 꼬리에 눈물자국이 베어 있었다.
  
우리 친구 한성이와 누구보다도 아쉬워하실 어머님, 나와 대학 동문인 형님 내외,
나를 친 오빠처럼 따르고 편하게 대해주는 여동생들과 우리 동기 맏사위 필성이,
나를 오래전부터 삼촌이라고 부르고 있는 조카들을 비롯한 유가가족들을 위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지난 주 토요 살롱 197회 ‘첫 눈’을 올린 다음날인 일요일, 도식이가 전화를 했다.

“ 종호, 나 도식이야. 메일 주소 좀 알려줘 봐.”

“ 아니, 왜?”

“ 25일이 분당 송년 모임인데 너도 초대 하려고.”

“ 왜 하필 크리스마스인 25일이야?
  그런데 초대 너무 고맙지만 나는 23일 미국가기 때문에 참석할 수가 없어.“

“ 아, 네가 크리스마스 때 미국 집에 가야하는 걸 깜빡했구나.
  보통 년 말 다 되어서 했는데 이번에 다들 스케줄 따져보니까
  그 때가 제일 편한 거 같아서.
  그리고 어제 올린 토요 살롱을 보니까 우리 분당 모임이 동기회 송년 모임에서
  별 활약을 못한 걸 니가 의아해 하기에 우리 분당 송년 모임에 한번 와 보고
  그걸 좀 써 보라고 하려고 초대 했지.
  부부 동반인 우리 분당 송년 모인에는 참석 인원이 한 70명 돼.
  철홍이가 사회를 보고 협찬도 많고 아주 제대로 해.
  지난 동기 송년 모임에는 지지난번에 우리가 상도 탔고 해서 양보하는 의미도 좀 있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독려를 안했거든.“

“ 하여튼 내 메일 주소를 찍어줄게. 보내줘 봐.”

지난 봄 동기 봄 소풍에 가족 동반이었는데도 백 명 참석 목표로
두 총무가 열심히 연락했는데도 목표 달성을 못했다.
참석 인원이 80명을 겨우 넘었는데 일개 지부에서 70명 참석이라니
우선 도식이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로 인한 회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못 가보더라도 언젠가 기회 되면 꼭 참석해보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소모임이 활발해지면 총회 참석이 시들해질 수 있는 단점도 있다.

“ 어서 오이소. 바로 찾아 오셨네예.”

“ 그럼요, 지난번에 한번 와 본 길이라 쉽게 왔습니다.”

“먼 길 오셨는데, 시장하시지예. 다신물 다 끓여 놓았으니까 국수 금방 삶으면 됩니더.
오시면 바로 삶을라꼬 다 준비해 놨거든예.“

“ 안 그래도 사과가 떨어져서 오늘 가신 후에 사과 좀 사러 나갔다 올라꼬 했는데
  마침 사 오셨네예.  매일 사과 한 개씩은 꼭 갈아서 드리거든예.“

펄펄 끓는 물에 면을 넣고 삶으며 조용조용히 말을 이어간다.
종정이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종정이에게만은 흐르는 세월이 정지 상태다.
2004년에 쓰러졌으니 만 12년이 됐다.
종정이만 변함이 없는 게 아니라 부인도 변함이 없다.
자그마한 가냘픈 그 몸매 그대로, 물기 머금은 초롱초롱한 눈망울 그대로,
갸름한 그 모습 그대로, 종정이에 대한 한결같은 그 마음 그대로이다.

“ 동기분들 중에 돌아가신 분들도 많지에.
  그거 생각하면 저는 그래도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더.
  저렇게라도 옆에 계시다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꺼.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말이라도 할 수 있어
  서로 이야기라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더. 그 외에는 더 이상 소원도 없십니더.“

부지런히 퍼 먹다 보니 소쿠리가 벌써 반은 비었다.

“ 배추가 너무 비싸 김치를 못 담갔어예.
  그래서 드시기 편하라고 씻어서 참기름에 무쳤십니더.”

“아, 그럼 이건 김장김치고 저건 무친 거고.
그런데 저는 김장김치가 훨씬 더 좋습니다. 원래 신 거 좋아해서요.
새로 김장 담글 때가 됐는데 아직 묵은 김장김치 먹을 수 있다니
오늘 엄청 호강하는 겁니다. 시큼하고 멸치젓갈에 푹 삭은 게  최고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런 김치 먹어봅니다. “

“ 이번 겨울에도 미국 가시겠네예. 좋으시겠어예.
  가족 분들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고 잘 다녀오이소.“

“ 아, 예,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래도 가기 전에 다시 들리기는 어려울 거 같고
  떠나기 전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예전에는 많이 먹으라고 자꾸 권하는 바람에 꾸역꾸역 소쿠리를 다 비웠는데

“너무 억지로 많이 드시지 마이소. 나이도 있으신데 과식하는 거 안 좋습니더.”

“아 그럴까요? 국수고 다신 물이고 김치고 너무 맛있어서
생각 같아서는 저거 다 비우고 싶은데 아쉽지만 그만 먹을 게요. “

부인이 종정이 챙기고 출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있어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다.
디저트로 내온 홍시 한 조각과 커피 한잔 마시고는 바로 일어서야 된다.
내가 가는 날은 그나마 아침나절에 한두 시간 쉴 수 있는 시간마저
내 점심 준비해 주느라 빼앗긴다.

벌써 12월도 중순에 접어들고 있고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돌아오는 새해에는 종정이 부인의 간절한 소원이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
2016.12.11.송 종 호.




토요 살롱 199회 " 變 心 "
토요 살롱 197회 " 첫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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