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송종호(2017-08-19 17:44:39, Hit : 2446, Vote : 632
  토요 살롱 219회 " 旅程의 어느 한 모퉁이를 돌며 "

지금 날씨 조시로는 여름이 다 지나가고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느낌이다.
낮에도 뙤약볕은 벗어났고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들어와서 잠깐 땀 식히느라
선풍기 바람을 쐬는 걸 제외하고 종일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어슬어슬한 새벽바람에 자다가 깨어 열어둔 현관문을 닫고
이불은 아직 뭐하지만 잘 때 아무렇게나 벗어둔 런닝이라도 찾아 걸치게 하고 있다.
중국에서 발달한 고기압인지 저기압인지 때문이라는데 이대로 여름이 끝나고
지난해 9월 같은 늦더위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약속도 있었고 미국 갈 준비도 해야 할 거 같아 지난 번 토요 살롱에 이번 주에
못 올린다고 예고까지 하고 미국 다녀온 후 9월 말에나 보자고 작별 인사도 했으나
오늘 아침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고 미국 갈 준비도 얼추 다 해
당일 날 아침에 보따리 싸는 일만 남은 거 같아 다시 PC 앞에 앉게 되었다.

대신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주제만 내가 정하고
우리 동기 둘이 자신의 신변과 심정의 변화에 대해 짤막하지만 담담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쓴 글의 전문을 인용하는 거로 이번 주 토요 살롱을 가름하고자 한다.

갑자기 결정한 거라 두 동기들의 사전 허락을 받거나 사전 통보조차 못 했다.
무단 게재함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이른 봄인 지난 3월 17일에 최 영식이가 ‘일상의 기적’ 이라는 제목으로
카카오톡 단체 창에 올린 글과
기수가 그저께 나한테 보내 준 ‘2017년 우리 가족 여름휴가’ 라는 제목의 글이다.

먼저 최 영식이의 글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성품이 조용하고 점잖은데다가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를 즐기고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아 시끌시끌한 단체 창에 잘 나타나지 않던 영식이가
어느 날 불쑥 단체 창에 장문의 글을 올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한 그 글이 우리들 나이에 너무나 절실하고 현실적인 내용인데다
표현이 진솔하여 또 한 번 더 놀라게 했고
나로서는 단체 창에 가입하지 않은 동기들도 읽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소중한 글이라 어딘가에는 보관이 되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언젠가는 토요 살롱에 다시 게재하려고 하던 중이었다.

                     일상의 기적!!
                 ------------------

“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 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 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 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 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의 속담이 떠올랐다.

  “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

  예전에 싱겁게 웃어 넘겼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하게 갈라지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얼마 전에는 젊은 날에
  윗분으로 모셨던 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몇 년에 걸쳐
  점점 건강이 나빠져
  이제 그 분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분의
  그런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 소용없구나,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지금 저분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 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그런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닐까.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는
  대개는
  너무 늦은 다음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땅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 보고
  물리치료도 받아 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

다음은 기수가 ‘요즈음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어 안타까워하는 와중에
93세 노모의 교통사고까지 겹치자 그 과정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써 보았다며
그저께 카카오톡으로 보낸 글의 전문이다.  

제목이 ‘2017년 우리 가족 여름휴가’이다.

            2017년 우리 가족 여름휴가.
        ------------------------------

“ 아내는 장애인이 된 나를 대신하여 남대문 시장에서 이십사 년째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8월 둘째 주간은 일 년에 한번 뿐인 남대문 시장 여름휴가 기간입니다.
  아내는 우리 가족 금년 휴가를 어머님을 위하여 나의 둘째 여동생이 막 시작한
  고성의 민박집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어머님을 모시고 큰 아들네 4가족과 함께
  서둘러 떠났습니다.
  새벽 일찍 출발하였으나 새로 개통된 고속도로의 극심한 정체로 5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하였지요.
  그래도 두 손녀와의 계곡 물놀이를 하며 또 평창 처제까지 합류한 저녁에는
  온 가족이 바비큐를 하며 모처럼의 휴가 첫날을 뜻 깊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저 대신 생계를 꾸려가느라 워낙 바빠서
  주일 9시에 미사에 함께 참례하는 것 이외에는 좀처럼 동행할 기회가 없었는데
  모친까지 모시고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아애와의 시간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습니다.

  다음날은 마침 며느리의 생일이었습니다.
  얼마 전 어머님이 심한 감기에 걸리셨을 때 손자며느리가 서툰 솜씨지만 정성을 다해
  전복죽을 끓여 와서 맛있게 잡수신 걸 잊지 않고 계시던 어머님께서는
  미리 미역국을 준비해 오시어 손자며느리의 생일을 축하해 주시어
  흐뭇한 아침식사가 되었습니다.

  아침 식사 후 아들네 가족을 동해에 계시는 며느리 작은아버님 댁으로 보내고
  우리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님께서 둘째 딸 가족과 함께 더 계시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며칠 후 그곳으로 오기로 되어 있는 첫째 딸 가족까지 만나고 오시게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어머님께서는 93세의 노령인데도 불구하고 이 큰 아들 때문에 식사준비, 청소, 빨래,
  시장보기 등, 살림을 도맡아 하시면서 며느리 크리스티나의 악세사리 장사를 위해
  필요한 헤어밴드 빨대와 헤어핀 망을 도맡아서 끼워주시고 수정 포장 작업도 도와주십니다.

  그런데 금년이 제 아내 크리스티나의 회갑이라 친구들과 울릉도 여행을 다녀오게 하려고
  어머님은 목요일에는 돌아오시게 되어 있었습니다.

  목요일 큰 딸네 가족과 귀가 길에 오르시었는데 비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앞 차가 갑자기
  정차를 하는 바람에 15년이 넘은 노후 된 승용차라 얼른 정지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앞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승용차 앞에 앉아 있던 누이동생 부부는 무사했지만
  뒷좌석에 타고 계시던 어머님께서 통증을 호소하시어
  춘천 강원 대 병원 응급실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크리스티나는 응급처치가 끝나는 대로 어머님을 앰블런스로
  일산 건누리 병원으로 모시게 하였습니다.
  아내는 어머님이 골반을 다치셨으면 보행이 어려워 계속 누워 계시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골반은 이상이 없고 우측 팔 관절뼈만 골절되었다는 걸 알고는
  아내의 입에서 주님께 진심어린 찬미와 감사가 연거푸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아내의 울릉도 회갑 여행은 환불도 못 받고 포기하게 되었고
  어머니 치료 및 간병을 하며 어머님이 도와주셨을 악세사리 작업도
  병실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손자 네는 할머니를 위해 도가니탕을 끓여 오고
  외손자와 외손녀는 과일이며 쥬스를 들고 오면서 사골 국 끓여 드시라고
  봉투까지 마련해 왔습니다.

  아내가 병실에서 모친을 돌보며 문안 오는 집안 식구들을 맞으며 영업 준비를 해야 되었고
  집에서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종종 넘어지는 제가 혼자 식사를 챙겨 먹고
  몸을 추슬러야 했습니다.
  저는 요즈음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 아파트 입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꼬마를 비켜주다가 전동차가 넘어져
  가슴을 다쳤는데 화장실 다니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1인 4역을 하며 수고하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제가 받고 있는 이 정도의 어려움은 주님께 감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님이 전처럼 생활하실 만큼 빨리 완치하게 해 주시기를 주님께 청합니다. “

기수가 언제나와 같이 해맑은 모습으로 만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전동차를 몰고 약속장소에 의기양양하게 나타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기수의 소박한 기도에 응답이 있고 불의로 다친 기수의 빠른 회복과
이번 여름 기수네 가족에게 닥친 고난의 대가가 몇 배의 복으로 되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하며.
2017.08.19. 송 종 호.    




토요 살롱 220회 " 경로 우대 "
토요 살롱 218회 " 염 색 "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zero
서울고

 

   
 

제목 없음
   
   
 

HOME

동기회안내

동기사무실약도

졸업40주년기념회비납부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