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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15-10-31 20:56:34, Hit : 2975, Vote : 654
  토요 살롱 162 회 " 습 관 "

“ 11월 7일 셀라 밴드 연주회에 출연할 거라고 동기회에서 느닷없이 문자도 오고
  급하게 동기회 홈피에도 공지되었는데 금년에는 안 간다고 했지 않아? “

“ 안 하려고 연습도 안했는데 테너 색소폰이 부족하다고 해서.”

“ 응원하러 가야겠네?”

“ 자기는 고정 팬.”

“ 알았어, 그날 봐.”

“ 역시 자기는 멋쟁이.”

얼마 전 성원이네 치과에 들른 김에 금년도 셀라 밴드 정기 공연 일정을 물었더니
금년에 자기는 출연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그렇다면 언제 인지 알 필요도 없어
더 이상 묻지도 않고 ‘그럼 나도 갈 이유가 없지.’ 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행히 다음 토요일 토요 살롱 쓰려고 하던 외에 다른 일정이 없다.

셀라는 언젠가 토요 살롱에서 밝혔듯이 Seoul Alumni 의 약자다.
셀라 밴드 정기 공연회에 성원이 때문에 지지난 해부터 갔으니 금년이 벌써 3년째가 된다.
지난해는 지지난 해보다 멤버도 늘고 외부 초빙 연주자도 많아 훨씬 웅장해졌는데
금년에 또 어떤 변화된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공연 마치고 출연자와 응원 온 친지 등 관람객들이 소주잔과 함께 같이 어울리는
뒤풀이도 기대된다. 관람객들이라야 거의가 출연자들의 가족 과 우리 동문 선후배들이다.
혹시 우리 동기들 몇이라도 와 주면 뒤풀이 자리가 금상첨화가 될 텐데 라는 바람도 있고.
공연 장소도 매년 바뀌어 금년에는 국립박물관 내 극장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강남 어디보다 오고가기 편한 곳이다.

따라서 다음 주는 토요 살롱을 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그 다음 주인 11월 14일은 그 전후로 상해에 며칠 다녀 올 예정이고
21일은 옛 직장 부하 직원이자 대학 후배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 3주 내리 쉬게 된다.
청첩장을 들고 인천까지 찾아와,
“ 꼭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십시오.”
내가 참석한다고 자리가 빛날 이유가 절대 없겠지만 워낙 가까이 지내는 사이라
전화로 알려만 줘도 여하한 일이 없는 한 반드시 참석하여 축하해 주겠지만
청첩장을 들고 인천까지 와 준 정성이 미안할 정도다.
대낮부터 단골인 숭의동 물텀벙이 집에서 막걸리 몇 통 비울 수밖에 없었다.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 집에서 보낸다.
금년에도 12월 23일 출발해 3주 가량 미국 집에 다녀오는 일정으로 미리 티케팅을 했다.
그러고 보니까 토요 살롱도 11월 말에 한 번 쓰고 미국 가기 전 12월에 두어 번 더 쓰면
금년도도 정리가 된다.
아닌 게 아니라 11월 24일 우리 동기 정기 총회 겸 송년 모임을 필두로
슬슬 송년 모임 일정이 날아들고 있고 송년 모임 일정을 정하기도 해야 한다.

지난 화요일 밤새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바람에 흩뿌려졌다 곧 그칠 듯 말듯하며
그러나 아침나절까지 이어진 그나마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좀 오더니
이튿날부터 기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어제는 영상 4도,
오늘 새벽에는 급기야 영상 2도를 밑돌았다.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여름 운동복을 춘추복으로 바꾼 지 며칠 되지도 않은데 부랴부랴 준 동복으로 바꿔야 했다.
그러나 지난 주 내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도 본래의 높고 파란 하늘을 되찾았고
맑고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를 시원하게 해 준다.

미세먼지 때문에 지난주는 운동을 할 수 없었다.
진규 장녀 혼사가 있던 지난 토요일 모처럼 공기가 맑아져 이게 얼마만이냐 하고
기쁜 마음, 설레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준비하고 아파트 문을 나서는데
한 두 방울 똑똑 빗방울이 떨어지기에
이러다 말겠지 하고 별 생각 없이 공원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중간 과정도 없이  
‘똑똑’이 이내 여름철 소나기 수준으로 돌변하는 바람에
뛰는 시늉도 못해보고 황급히 철수해야만 했었다,
잠깐 사이에 옷이 다 젖고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비를 흠뻑 맞았다.
비는 두어 시간 만에 그치고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또 다시 어떤 과정도 없이 즉시 파란하늘을 연출했지만
다시 운동 나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몇 년 째 미세 먼지를 겪어오고 초기에는 무방비 상태로 있다 그 후유증으로
고생도 해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름대로 대비를 잘 한 탓인지
적어도 겉보기에는 신체에 아무 지장이 없이 잘 넘어간 거 같다.
그러나 늘 하던 운동을 며칠 중단하면 생체리듬이 깨진다.
깨 진다기 보다 바뀐다.
구지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까 저녁에 늦게 자게 되니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달라지고
아침에 화장실 가는 시간도 달라진다.

하물며 일주일 정도 운동을 쉬면 다시 재개할 때는 그야말로 용단이 필요하다.
새벽에 눈 뜨기도 어렵고 침대가 등을 붙들고 늘어지는 거 같다.
뛰어보면 확 차이가 난다. 우선 숨이 차 호흡조절이 평소와 확연히 다르다.
근육도 거의 다 풀려버려 평소 하던 운동량의 절반 정도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습관을 한 번 들이기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이와 같이 한 번 든 습관을 망가뜨리는 건 순식간이다.

토요 살롱이 160회를 넘기니까 ‘한두 번 쓰기도 쉽지 않은데’ 하며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많다.
무슨 제목이 그렇게 많고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으냐는 거다.

지난 해 늦은 봄 토요 살롱 120회를 읽고 오 성진이 답서를 올리며
아직도 토요 살롱이 연재되고 있음에 놀라며 끈질기다는 표현까지 썼는데
그러고도 40여회를 더 써 160회를 넘겼다.
그런데 남들이 생각하는 거와 달리 이제 내가 토요 살롱을 쓰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토요일 새벽에 운동하고 오전에는 TV 도 보고 잠깐 선잠도 자며 쉬고
점심 후 자판기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습관이 돼버렸으니 힘들고 뭐고 하는 이야기와는 관계가 없다.
물론 제목은 미리 생각해 둔다.

2009년 6월에 시작해 40회까지 매주 쉬지 않고 쓰다가
2008년 발목 수술 하며 박은 철심을 뽑으러 2010년 봄에 입원하는 동안 잠깐 쉰다는 게
그 후 2년을 못 썼다.
우연한 계기가 없었다면 아마 다시는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토록 힘들여 들인 습관인데 한두 번 꾀부리다 보니 쉽게 망가져버렸었다.

반면에 틈만 나면 책 읽는 습관은 운동이나 토요 살롱 같이 의도적으로 들인 게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들인 습관이라 그런지
수십 년 동안 잠시라도 책을 멀리 한 적은 없는 거 같다.
물론 아무 책이나 다 좋아하는 게 아니다.  
관심이 없는 분야거나 재미가 없어 보이는 책은 절대 안 읽는다.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재미있는 책만 읽는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는 습관이나 토요일에 토요 살롱을 쓰는 습관은 노력하여 힘들게
들인 습관이다.
이렇게 각고의 인내와 노력으로 들인 습관은 조금만 방심하거나 게을리 하면 바로 망가지지만
자기 마음이나 몸의 안락을 위해 들인 습관은 들이기는 쉽지만 바꾸거나 없애려면
무슨 절실한 계기가 있거나 결단이나 용단을 내려야 할 정도로 어렵다.

예를 들어 흡연과 음주가 대표적이다.
몸의 자세도 그렇다.
40대 이상의 한국인들의 70%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목 디스크든 허리 디스크든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의 자세 때문이다.

우리 한국인들에게 아주 흔한 치질도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큰 원인중 하나라고 한다.
30여 년 전인 1984년 싱가포르에서 치질 수술을 받았었다.
결혼 한 지 일 년도 안 된 신혼 때였는데
버티고 버티다 어느 날 빈혈을 일으킬 정도로 피를 쏟고야
당시 체재하고 있던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실려 갔다.
수술 담당의사가 잘라낸 굵은 손가락 2개 크기만 한 치혈을 보여주며
변기에 5분 이상 앉아 있지 말고 화장실에 절대 책 들고 들어가지 마라 고 했다.

화장실에 책이든 신문이든 들고 들어가 최소한 30분 정도 씩은 앉아 있었었다.
심지어 영어나 불어 단어장을 들도 들어가 변기에 쭈그리고 외웠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그 때 그 싱가포르 의사의 말에 충실히 따랐기 때문인지
30년이 넘도록 재발도 없고 아예 아무 증상이 없다.
하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아무리 시간이 짧더라도 변기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무료하고 따분해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뭔가를 들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아침 식사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나에게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여태 종합 검진을 세 번 받았는데 그 때 아침을 굶었고 몇 번 수술한 후 마취가 깰 때까지
그리고 2005년 말과 2007년 초 각각 보름간 단식을 할 때 외  
그러니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평생 아침을 먹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전날 술을 아무리 마셔도 아침은 반드시 먹어야 된다.
뭐가 좋다는 거보다 습관이다.

우리 집에서는 나만 아침을 먹는다.
애들 엄마는 친정이 원래 아침을 안 먹어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그 영향으로 아이들도 아침을 안 먹는다.
내가 무슨 아침 식사 예찬론자는 절대 아니고 누구에게 강요하고 어쩌고 하지도 않지만
내 경우로 봐서 아침을 안 먹으면 그 날 무슨 엄청난 고난을 당하는 날인 거 같아
반드시 챙겨 먹는데도 아직까지는 여태 위장으로 인한 트러블은 없었다.
세끼를 다 꼬박꼬박 챙겨먹는데도 여태 복부가 비대해 진적도 없고 비만이 된 적도 없다.

아침 식사를 하냐 아니냐보다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가지고 있냐가 중요한 거 같다.
아침을 반드시 챙겨 먹으니 점심도 반드시 먹고 저녁도 반드시 먹는다.
세끼를 다 잘 챙겨 먹고 이왕 먹는 거 맛있게 먹고 즐기며 천천히 먹는다.

물론 지금 아무리 좋은 습관이라도 나이가 더 들어가며 유지하기 힘든 습관들이 있다.
나로 예를 들자면 토요 살롱도 언젠가는 중단 될 거다. 그러면 토요일 하던 일이 없어진다.
새벽에 하는 조깅도 언제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례로 우리 보다 10여년 쯤 연장자로 보이는 두 분이 지지난해까지 나하고 같이 뛰었는데
지난해부터 보이지 않는다. 팔십 세 까지는 뛰겠다고 하던 분들이다.
책 읽는 거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reading 용 돋보기를 쓰고 불편 없이 읽고  있지만
역시 시한부다.

상해에 첫 지사장으로 부임하여 퇴직 후에도 상해에서 사업을 하던 옛 직장 동료가
곧 상해 생활을 접고 귀국한다며 돌아와서 제일 걱정되는 게
돈을 벌고 아니고 가 아니고 아침에 출근할 데가 없을까봐 라고 한다.
아침에 밥 먹고 어디론가 나가는 게 습관이었는데 갈 데가 없으면 황당할 거라며
그게 두렵다고 한다.

“ 아침에 마누라가 챙겨주는 밥 먹고 8시에는 무조건 집에서 나옵니다.”

몇 달 전 소위 고위공직에서 명퇴한 대학 후배다.
세월 호 이후 관 피아다 어쩌고 하는 바람에 퇴직 후 산하 기관장으로도 갈 수가 없어졌고
관련 사기업으로의 취업도 제한되다 보니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졌다.

이제는 자신이 가진 기존의 습관을 자신만의 편견과 일방적인 애정과 주장으로
고집스럽게 지탱하려고 하지 말아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하루라도 빨리 지금까지의 습관들을 냉정하고 허심탄회하게 점검하여
앞으로도 자신과 자신이 처한 환경에 유효할 건지를 판단해서
고칠 건 고치고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 자신에게 알맞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에 몸과 마음이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2015.10.31. 송 종 호.






토요 살롱 163회 " 가 을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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