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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16-07-16 21:09:58, Hit : 2654, Vote : 551
  토요 살롱 183회 " 雨 愁 "

어제 저녁 9시경에 잠깐 빗방울이 흩뿌리는가 싶더니 이내 그치고 말아
이번 비 예보도 도 다시 공갈로 끝나는가 보다 하고
적이 실망하며 창문을 모두 열어둔 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깨 보니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 구름만 을씨년스럽게 짙게 내려드리우고 있고 여전히 마른하늘이다.
하지만 동쪽 베란다 창으로부터 현관문으로 관통하는 동풍이 걸어 둔 옷가지기 휘날릴 정도로
시원하게 불어 대 현관문은 닫아도 될 거 같아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새벽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전 내내 세차게 내리고
오후 늦게 잠깐 소강상태를 보이다 비록 빗줄기는 현저히 가늘어졌지만
밤이 이슥한 지금도 내리고 있다.
장마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비로소 비다운 비다.
얼마 만에 여름 날 베란다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빗소리 들으며
무더위에 부대끼지 않고 시원한 맞바람 속에 토요 살롱을 써 봤는지 기억에도 없다.

달랑 팬티 한 장에 현관문까지 열어 두고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이 오늘은 사뭇 다르다.
현관문은 열어 두었지만 베란다 통 창을 비가 들이 닥치지 않을 정도로 틈만 조금 열어두고
보는 사람 아무도 없고 오가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도 반바지에 티라도 걸치고 있다.

날씨가 날씨인 만큼 두환이는 오늘도 서재에서 무덤 속의 이조 충신들과 고담준론 주고받으며
진작부터 애인과 마주하고 있겠지?
두환이를 그리다보니 언젠가 토요일 오후 느지막이 통화를 하다
서재에서 소주잔 기울이고 있다며 나 보고 뭐 하고 있냐 기에 토요 살롱 쓰고 있다고 하고
나는 뭐 마시는 게 좋겠냐니까 저장하고 있는 술 종류를 일일이 물어 확인하고는
‘그럼 포도주 마셔.’ 하던 말이 불현 듯 떠올라 ‘아, 참 이럴 때 마시라고 사둔 거지.’
어제 마트에서 쇼핑하며 반값에 세일하는 칠레산 적포도주 한 병 사 둔 게 갑자기 고파진다.

토요 살롱 시작할 때면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기 전에 잠깐 생각을 다듬은 후
언제나 먼저 독자들을 떠올린다.
물론 항상 지켜보고 있는 토요 살롱 탄생의 주역 용혁이가 우선이다.
불편한 몸으로 한 쪽 눈은 완전히 감긴 채 잘 읽지도 못하면서
토요 살롱을 완독에 정독하며 토요 살롱이 계속 쓰여 지기를 기도한다는 기수,
매주 일요일 아침에 눈 뜨자 토요 살롱 읽는 게 낙이라는 캐나다의 낙규와 경구 회 친구,
‘단 한 명의 독자가 남더라도 계속 써야 돼’ 라고 협박한 용모,

첫 회부터 빠짐없이 읽으며 말없이 성원해 주고 있는
수영이, 승헌이, 승종이, 일보,  명식이, 지철이, 순업이, 재수, 충우 등 평가 옥 멤버들,
갑섭이, 흥수, 기선이, 혜열이, 종락이, 수종이, 태수, 철홍이, 동신이, 의영이를 비롯한
신우 회 친구들,

묵묵히 빠짐없이 읽고 있는 시애틀의 채인이, 밀려 숙제하듯이 읽고 있다는 산호세의 재효,
제목 보고 골라서 읽는다는 LA의 기우,
이심전심으로 응원이 느껴지는 영상이 부인 세희씨,
그 밖에 많은 해외 거주 동기들,
요즘도 읽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기를 등장시키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던 상호,
한 때 열렬한 팬으로 자주 댓글을 달던 영송이,
토요살롱 작자가 자기와 고3 때 짝이었다고 자랑하며 다닌다는 갑호,

지지난 번 동기회에서 ‘겨우 밀린 거 다 읽었다.’ 며 씩 웃던 봉재,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 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던 윤섭이,
‘우선 글이 재미있어.’ 라며 아직 토요 살롱을 접하지 못한 동기들에게
읽어보기를 권유하던 정규,
‘내가 토요 살롱 올리면 첫 번째 독자일 거야. 새벽 2시에 일어나 토요 살롱부터 챙기거든.’
라고 하던 도식이,
고정 팬을 자처하는 60대 최고의 래퍼 고대 안산 병원 박 영철 교수,

어쩌다 만날 때마다 ‘토요 살롱 잘 읽고 있다.’ 며  환한 웃음 짓는 재선이,
‘토요 살롱 홈페이지에 계속 올려 줘 고마워. 내가 항상 스크린하고 있어.’ 총무 대진이,
대구의 남철이와 대식이,
언젠가 누가 ‘종호는 책을 많이 읽어서 글 쓰는 솜씨가 있어.’
라고 하자  
‘그게 책 많이 읽는다고 또 글 솜씨가 있다고 되는 거야?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야 되는 거지.’ 하던 치삼이,

언젠가 일요일 아침 6시에 우성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니, 일요일 꼭두새벽에 우성이가 어쩐 일로?’
‘나 우성이야, 어제 올린 토요 살롱 말이야, 한 가지 정정 사항이 있어 전화했어.’
그래서 비로소 우성이가 토요 살롱을 읽고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무엇 보다 토요살롱 광팬이라는 애들 엄마.

그 외 많은 독자들이 무언의 성원을 보내고 있다.
구 홈피를 합한 조회 회수를 보면 도대체 어떻게? 라고 놀랄 정도의 숫자다.
거의 대부분의 동기들이 한 번쯤은 읽어 본 거 같다.
성진이가 지난 회를 읽고 댓글을 달아 내가 아직도 토요 살롱을 연재하고 있는 걸
보기에 안쓰러운지 ‘끈질기다.’ 라고 했지만 나는 토요 살롱을 마지못해 타성으로 또는
의무감이나 억지로 쓰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독자들을 떠 올리며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별 스케줄 없는 토요일 오후가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한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회에 소개한 아들러 이론에는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똑 같은 말을 졸업 40 주년 알펜시아에 갔을 때 모 태서 부인이 한 걸 토요 살롱에 두 번쯤
소개 한 적이 있다.
‘미움 받을 용기’ 초판 발행이 2014년 11월 이고 우리가 알펜시아에 간 게 2012년이니까
태서 부인이 이 말을 아들러 책에서 인용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
하기야 스스로 변하는 체험을 하지 않고서야 아주 공개적으로 그리고 아주 당당하게
태서를 만점 남편이라고 선언할 수는 없었을 거다.

지난 해 2월 수택이 부인이 작고했을 때 동기회에 공지를 하지 않고 신우 회에만 연락하여
신우 회 회원만 조문을 하고 구 자경 목사의 집도하에 위로 예배를 드렸는데
그 자리에 비회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우성이가 연락을 받고 참석해 같이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지난 해 언젠가 누구 상가에서 신우 회 회원들만 예배를 들이는 자리에
우성이도 참석했는데 이 번에는 성경과 찬송가책도 들고 나타나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신우 회 회원들 중 아무도 성경책이나 찬송가책을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성이는 모두 알다시피 동기 불자들의 모임인 이사불의 영원한 총무이자 핵심 멤버이다.
이사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결 같이 우성이는
정식으로 출가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불심이 스님이상으로 불도 수행의 진정한 고수라고 한다.

아들러와 태서 부인이 말한 세상을 바꿀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는 나의 변화한 모습은
바로 우성이의 이런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그러면서 내가 아닌 타인을 중심에 두고
주변 상황과 타인을 배려하여 조용히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게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
일치하고자 하는 모습을 말 하는 게 아닐까.

지난 달 29일 동훈이 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 저기 내일 집으로 오시기로 했지요? 그런데 일이 좀 생겨서요.
  친정어머니가 오늘 돌아가셔서 내일 오시면 안 될 거 같아서요. “

“ 그러셨군요. 연세도 많이 되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시더니.
  빈소는 어디에요?”

“ 저희 언니들이 다 분당에 살아서 가까운 분당 재생병원으로 모셨는데 이제 막 들어와서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어요.“

“ 아 그럼, 내일 조문하러 가서 뵙겠습니다.”

부인이 바쁠 텐데 여기까지 오실 거 없다며 한사코 못 오게 하고
자기가 남편 동기들 경조사에 가 보지 못했으니 동기회에도 알리지 말기를 신신 당부했으나
전화를 끊자 바로 대진이에게 전화하여 부인의 뜻을 전하고 하지만 부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공지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하니까 대진이도 ‘당연히 공지해야지.’ 하며
부인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러고 바로 종만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종만이는 동훈이가 쓰러진 후 가장 가까이 지냈었고 동훈이 장녀 결혼식에 주례도 했었다.

“ 당신이 동기회에 알렸다며? 잘 했어.”

“ 부인은 극구 못 오게 하는데 내일 가보려고.”

“ 나는 가까운 곳이라 지금 가 보려고 해. 빈소도 방금 차렸다니까.”

동훈이 부인은 네 자매의 막내다. 그러니까 동훈이는 딸만 있는 집안의 막내 사위다.
큰 사위는 이미 타계하여 두 형부와 네 자매가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 24회 조기도 와 있었다.
부인은 그렇게 오지마라고 하더니 너무나 반가이 맞아 주었다.
그리고 두 형부와 언니들에게 일일이 소개를 했다.

“ 애들 아빠 친구 분이신데 자주 오셔서 두어 시간씩 놀아주고 그러세요.”

“ 처음 뵙겠습니다. 동훈이와 고등학교 동창이고 대학도 같은 과를 다녔습니다.”

“ 우리 막내 동서가 저렇게 되어 처제 고생만 시키고. 그나마 목숨 건진 게 천운이지.”

“ 동훈이가 부인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 세상 사람이었겠습니까?
  지극 정성에 하늘이 보답한 거 아니겠습니까?
  옛날 같으면 열녀문이라도 세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살짝 홀기는 부인의 눈에 세월의 한이 묻은 듯 물기가 스쳐 지나가고
둘째 사위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막내이다 보니까 일흔이 넘어 보이는 형부들이 상주 노릇을 하며 이것저것 챙겨주고
맥주도 따라 주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인의 표정이 한결 밝다.
병석에 누운 지 13년이나 되는 남편 친구가 친정어머니 조문을 왔으니 남편을 대신해
뭔가 면이 서는 듯 한 모습이었다.

그럭저럭 대낮에 맥주를 두 캔이나 비우고 있었다.

“참, 곧 아들 장가보낸다면서요? 동훈이는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 할 건 제 때 다 하네요?”

“다 시켜먹는 거지요 뭐.‘

“ 좀 차도라도 있으면.”

원망 섞인 어조에 표정도 어두워진다.
얼른 화제를 바꾸어야 했다.

“ 날 잡았어요? 언제지요? 아들이 어디 다닌다고 했던 가요?”

“ 예, 11월 26일, 토요일이에요. 12시 30분 강남 터미널 뒤 파레스 호텔이에요.
  성대 경영학과를 나왔거든요.
  수시로 합격했는데 애들 아빠가 자기 모교라고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지금 에스케이 네트웍스에 다녀요.“

“ 그러면 영석이는 저하고는 대학 후배이기도 하지만 직장도 후배네요.”

“ 어머, 그러세요? 그럼 아직 에스케이에 근무하고 있는 후배도 있겠네요?

“ 물론이지요. 이번에도 주례는 종만이가 하나요?”

“ 아빠 친구 분이고 딸애 때도 해 주셨고 말씀도 잘 하시고 해서 이번에도 부탁드렸어요.”

장례 치른 다음 날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덕분에 장례 잘 치렀습니다. 감사해요.”

“ 무슨 말씀을 요. 저희가 동훈이 동기로서 뭐 제대로 한 게 없어 항상 미안한 생각이지요.
  그러나저러나 어제 비가 오락가락 했는데 고생하지 않으셨어요?“

“ 아니에요. 그 쪽에는 흐리기만 하고 비 한 방울도 오지 않아 아주 잘 치렀습니다.
  날도 그렇게 덥지 않았고.
  이제 상도 치렀으니 언제든 시간 되시면 오세요.“

“ 그럼요, 곧 동훈이 보러 가겠습니다.”

우리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동기들이지만 경조사에 가 보면 참석하는 동기들 숫자에
큰 편차가 있다.
물론 거의 모든 경조사에 다니는 마당발 친구의 경조사는 동기들로 득실거린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들의 경조사는 인산인해다.
그와 반대의 경우는 부모님이 아니라 본인상일 경우도 한산할 정도로 초라하다.

언젠가 우리 동기 중 재벌 2세가 상을 당했을 때다.
마침 그 날 별로 가까이 지내지 않는 동기 누구와 점심을 같이 했다.

“오늘 저녁에 문상 갈 거지? 나도 갈 건데 시간 맞춰 거기서 만나도록 하자.‘

“ 아니, 나는 오늘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있기도 하지만
  없더라도 나는 그 친구 동기이기는 하지만 생면부지야.
  얼굴도 서로 모르는데 무슨 문상을 가? “

“ 같은 동기끼리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이럴 때 가서 안면 트는 거지 뭐. “

우리나라 사회 각 분야의 탑의 위치에서 각자 자기들이 속한 조직을 이끌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 명문학교 출신의 한 단면이다.
우리가 과연 변화할 수 있을까.
우선 스스로를 돌아보고 실망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2016.07.17. 송 종 호.





토요 살롱 184회 " 약 속 "
토요 살롱 182회 " 교 양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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